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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 Poetic] 그대를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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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했는지 몰랐어요. 그 날 서울에 눈이 많이 왔죠. 집안 문제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어머니하고 동생 문제때문에 심하게 다투었거든요. 나이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이어서 가끔은 어머니에게 투정부리는 모습이 보기 싫을 때가 있어요.

지방은 서울처럼 눈이 많이 오지는 않았어요. 조금 추운 날씨여서 자주 가는 한식집에서 뜨끈한 국물에 식사했어요. 음식으로 유명한 고장이어서 곳곳에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음식점들이 많아요.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가끔 집에 내려오면 음식에 내 뿌리가 있다는 걸 느껴요.

조금 떨어져 있어 보니 많은 것들이 보여요. 소소한 다툼이 잦았던 이유는 서로를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이 많지 않았던 당신, 힘들때가 많았어요. 같을 있을 때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 곳의 음식은 오래된 정다움이 있어요. 언제나 내 편인 어머니처럼 다정하고 따뜻해요. 화를 내고 나시면 늘 꼭 안아주셨던 포근한 살가움을 지녔어요. 살아가는 일때문에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지만 음식맛은 언제나 그대로예요.

좋아했던 음식을 먹으면서 잊고 있었던 음식맛이 생각났어요. 추억이 어린 길을 산책하면서 어릴 적 같이 놀던 친구들도 생각나구요. 왜 소중한 것들은 그렇게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시간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래서 더욱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 꺼놓았던 전화기가 더 많이 울리는군요. 마치 잊고 지냈던 당신과의 시간같아요.

벽속의 편지 / 눈을 맞으며

  • 강은교

눈을 맞으며 비로소
눈을 생각하듯이
눈을 밟으며 비로소
길을 생각하듯이

그대를 지나서 비로소
그대를 생각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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