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에 대하여...

44 comments

naha
59
11 days agoBusy4 min read

저는 글 쓸 때가 매우 행복합니다. 특히 소설 쓸 때가 더 행복하지요. 하지만 제가 쓴 글 중에 소설이 가장 인기 없습니다. 여기 스팀잇에서만이 아니라 타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페이스북은 제외할게요. 페이스북에선 소설이 가장 인기가 좋았어요. 이유는 아마도, 제 페친들 대부분이 책중독자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도 여기 스팀잇에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올리면서 기안84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 그림 실력이 형편없는데도 그림 그리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말. 하하하. 저에게 적용해보니 저는 소설 실력이 형편없는데도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매우 안타까운 사람이지요. 하지만 제가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아 제 경험담은 인기가 괜찮습니다. 아~~ 저는 아무래도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쓰고 싶고... 이런 고민을 2년 정도 하던 차에 한 소설을 만납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이 소설은 누가 보더라도 자전적 소설임이 거의 확실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최근 읽은 소설 중에 최고라고 평가했는데요, 재미도 있었지만 내용도 거의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자전적 소설을 극혐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요, 이 나폴리 4부작을 읽고 생각을 고치기로 작정합니다. 결국 소설이라는 것도 사람의 삶 중 하나더군요.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안에 새것이 없더란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소설들 중 그나마 가장 인기가 있던 소설이 <사랑은 냉면처럼>이었는데요, 이 소설은 제가 직접 경험한 한식당 냉면부를 배경으로 쓴 성장소설이었기에 인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걸 창조한 소설들은 완전 폭망했죠.

그리고 바로 만난 소설이 <나의 투쟁>입니다. 아직 국내엔 3권 까지만 출간됐고 아직도 번역 중인 매우매우 기~~~~~인 소설인데요, 이 소설도 자전적 소설입니다. 전 세계로 번역되어 팔리고 있는 소설이죠. 이 소설을 쓴 소설가는 어느날 갑자기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것에 구역질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어내지 않은 이야기를 썼고 그 소설이 대박난 것이죠. 아~~~ 저는 이렇게 두 소설을 접하며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게 됩니다. 그리고 1년 정도 소설 앞부분을 구상해서 쓴 게 바로 여기 스팀잇에 연재중인 <또르륵 또르륵 통통>입니다.

연재 초기엔 사람들이 매우 좋아했습니다. 소설이냐 에세이냐 물어볼 정도로 사실적으로 썼나 봅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댓글이 줄더니 요즘은 하나도 안 달립니다. ㅎㅎㅎ 그냥 제 컴터에 아래한글 파일로 저장해 논 느낌이랄까. 이 소설은 사실 + 창작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요, 제가 잘 섞는다고 섞었어도 독자님들은 알아본 모양입니다. 사실적이지 않아 재미가 없고, 그래서 읽히지 않게 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저는 '아~~ 나는 소설을 그만 써야 할까? 그냥 스펙타클하게 산 인생 경험담이나 올려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또르륵 또르륵 통통>을 쓰면서 팩트에 픽션을 더한 이유는,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연락이 되진 않지만 아직 살아 있을 거고, 너무 사실대로 쓰면 그들에게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였습니다. 혹시라도 우연히 제 소설을 읽고는 '야, 내가 언제 그랬어?'라고 원망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완전히 그대로 쓰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첫사랑 얘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는 결혼을 했고... 아내도 있고... 물론 아내에게 여기 스팀잇은 비밀로 하고 있지만... 아내가 혹시라도 읽었을 때의 대비였다고나 할까... 음... 아,,, 결국 다 핑계네요. ㅠㅠ

그래서 댓글도 없고 인기도 없는 연애소설따위 그만 쓰고 다른 걸 써볼까도 생각중이긴 합니다. 지금 연재중인 <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가 몇 회 남지 않았기에 다음에 쓸 걸 찾는 중이거든요. 아니면 그냥 하루 일과를 적거나, 외식한 걸 적거나, 제품 리뷰만 올리는 방법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스팀잇은 제게 타 플랫폼과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그럴 거면 그냥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하는 것과 차이가 안 날 테니까요.

제게 있어 스팀잇이란, 글을 창작하는 공간입니다. 창작 안 할 거라면 스팀잇을 써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래도 스팀잇의 긍정적인 면이 많아 완전히 버리진 않겠지만요. 하루 뭐 했는지 적고, 먹은 거 올리고 하려고 스팀잇을 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일상글과 먹스팀 글들이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스팀잇에서 하기 싫을 뿐이지요. 사람마다 가치의 기준은 다르니까요.) 하지만 하루의 기록도 창작이니 창작이라고 생각하고 적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두 주 정도 일상글에 공을 들여볼까 싶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내가 경험한 일을 적는 글이 살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거든요. 나폴리 4부작과 <나의 투쟁>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언어로 번역된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의 하루 기록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하나의 소설이 되고 하나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연재중인 <또르륵 또르륵 통통>도 보면 제가 19살 때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썼듯이, 그땐 현실이었지만 23년이 지나니 추억이 되고 이야기가 됐듯, 지금의 평범한 하루가 23년이 지나 제가 65살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얼마전 짐을 정리하다가 군시절에 쓴 자서전을 발견했습니다. '22살에 쓰는 자서전'이라는 소제목을 붙여 20여장 프린터 해놨더군요. 파일은 없고 출력물만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나는 실패한 직장인이다> 후속이 되려나요... ^^

암튼... 말이 길어지긴 했는데요,

  1. 나는 소설 쓸 때가 행복하다
  2. 그런데 소설이 가장 인기 없다
  3. 하지만 경험담은 인기가 괜찮다
  4. 내 얘기를 진솔하게 써보자 (뭘 쓰지?)

와~~~ 요약 죽인다. ^^

Comments

Sort by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