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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 선은 악을 부추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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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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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씁쓸하게 까발려진 인간의 본성
 고구마와 사이다 함께 시키신 분~?
 선은 악을 부추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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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귀촌을 계획하던 가족이 동네 텃세에 못이겨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시골인심은 이제 더이상 옛말이라는 말도 들었고요. 물론 케바케이고 동네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겠지만 기존 공동체에 외부인으로 적응해 살아간다는 건 맘처럼 쉽지 않음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헐리우드 영화 속 시골은 인심좋고 순수한 이미지 보다는 은밀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동네 사람들의 비밀스런 공조와 광신도 같이 삐뚤어진 신념들로 가득하고 살인이나 폭력이 자행되곤 하지요.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도 강우석 감독의 '이끼'나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같은 폐쇄된 사회의 공포를 그린 영화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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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개봉한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도그빌'은 개도시라는 이름만큼이나 참으로 독특한 영화입니다. 바닥에 분필로 대충 그린 집도면에 소극장 연극 세트를 옮겨 놓은 듯한 조촐한 배경과 절제된 소품들, 최소한의 효과음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배우들의 뻔뻔한(?) 연기와 소설적 나레이션(프롤로그와 9장으로 구성)으로 러닝타임 3시간을 이끌어 갑니다. 기존의 영화의 문법을 거부한 대단히 실험적인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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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허물고 공간을 파괴한 이러한 시도는 영화속 상황들의 부조리함을 극대화하는데 유용하게 배치됩니다. 학대와 방관, 무관심과 은폐가 한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우린 그걸 일시에 목격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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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키산맥 막다른 국도 오래된 폐광 옆에 위치한 작은 빈촌 '도그빌' 이라는 마을에 그레이스(니콜 키드먼 분)라는 여자가 갱들에게 쫒겨 도망을 옵니다. 마을의 첫인상은 여느 시골 마을처럼 평화롭고 소박한 정형화 된 시골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선량했고 마을을 사랑했습니다. 그레이스 또한 천사같은 심성과 인품을 가진 듯 보였지요.

쫒겨온 그레이스를 처음 조우하고 숨겨준 톰(폴 베타니 분)은 다음날 마을 도덕강의 시간에 그녀를 받아들일지를 공론화합니다. 결국 2주의 유예기간을 두고 최종결정하는 걸로 합의를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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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커뮤니티에 임시 소속된 그레이스는 최선을 다해 마을 사람들과 융화하려 애씁니다. 노동을 돕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요. 그렇게 2주의 시간이 흐르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합니다. 보금자리도 마련해 주며 마을은 그레이스로 인해 좋은 변화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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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경찰이 마을에 붙여놓고 간 그레이스 현상금 포스터로 인해 또 다시 마을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은행강도로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고 경찰은 말해주지요. 목격시 신고하는게 법이라는 말과 함께...

그레이스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마을사람들은 배려하는 척 현상금과 상응하는 노동의 거래를 조건으로 그녀를 남기기로 합니다. 뭔가 비극의 서막처럼 들리지요?ㅎㅎ 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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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달라지는 마을 분위기...

갑과 을의 관계에 놓인 그레이스는 착취와 협박에 주홍글씨라도 새겨진 양 유린당하며 마을은 그렇게 이빨을 드러내고 탐욕스럽게 변해갑니다. 그레이스는 금단의 열매처럼 유혹적인 존재이자 마을의 심판을 결정짓는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신뢰와 사랑은 하나 둘 깨어져 산산조각나고 그들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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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톰은 마을의 정신적 지주라도 되는 양, 곳곳을 간섭하고 다니는 오지라퍼에 오만한 인물로 그레이스와 마을간의 협의를 유도하며 그녀를 설득하고 그녀의 편에 서는 듯하지만 결국은 그녀가 직면하는 고통의 원흉이 됩니다. 뭔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빈약하고 결국엔 자기합리화와 자의적 믿음으로 점철된 궤변을 늘어놓는 무능한 몽상가일 뿐이었지요.

이런 사람이 곁에 있거나 지도자로 있으면 정말 피곤하죠. 무능한 지도자는 적보다 무서운 법... 문제는 갈수록 마을의 모든 인물들이 이렇게 궤변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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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소리 한마디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도 못하는 그레이스에게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선이 악을 부추기는 듯한 느낌이랄까... 방관은 죄를 자극하고 몸집을 키우고, 죄의식은 희석되고 그렇게 마을은 타락합니다. 악의 질주는 제어장치가 없어 보였습니다.

추악하게 변질된건지 내제된 추악이 까발려진건지, 성악설인지 성선설인지 그건 중요치 않아 보여요. 인간에게 필요한건 끝없는 자아성찰과 제어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심판대에 서게 되는게 우리의 결말이니깐요. 환경이 변명이 될 수는 없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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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미에 용서와 인정에는 기준을 잃어선 안된다고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끝없는 용서와 이해는 죄에게 물과 빛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걸 영화는 또다른 오만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도그빌은 많은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마치 두꺼운 문학책을 다 읽은 느낌이 들었어요. (정확히는 오디오북을 청취한 느낌) 책을 덮고 나면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휘몰아칩니다. 선과 악, 관용과 정죄, 영혼과 정화, 나약한 본성과 최소한의 인간성, 권력과 심판, 오만과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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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체르노빌의 보리스 형님...

영화에서 니콜 키크드먼의 미모는 빛을 발합니다. 정말 금단의 열매처럼 아름다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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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평소에 안 읽던 훌륭한 고전을 읽어 내려간 느낌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이 도그빌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결말도 궁금하시잖아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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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98%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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