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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 이런게 생활밀착 공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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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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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외된 계층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상받은 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나도 평론가들 처럼 한번 도전해 볼까 하다가 이내 잠들거나 '오늘 저녁은 뭐먹지?'... 같은 딴 생각만 하다 흐름이 끊겨 길을 잃고 중도 포기하거나, 또 꾸역꾸역 다 본다한들 이게 왜 상을 받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해 못하고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요. (저만 그랬나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2016년 6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기생충'과 동급이지요. 영화 감상 후 의미와 해석을 막 뒤져야 하는 경력 화려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인생극장처럼 담담하게 그 어떤 기교나 배경음악 한마디 없이 인물과 밀착하며 주인공의 삶을 따라갑니다. 메시지가 그냥 단순하고 직관적이에요. 머리를 막 굴리고 숙제처럼 의미를 찾아 헤메지 않아도 그냥 강하고 깊은 울림이 후~욱 들어오는 쉽지만 묵직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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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뉴캐슬에 사는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수십년을 근면성실하게 목수로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시민입니다. 얼마전 지병인 심장마비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의사로 부터 더이상 일을 하면 안된다는 진단을 받게 돼요. 생계수단이 막히자 그는 정부에 질병수당을 요청했으나 말도 안되는 사유들을 내세워 기각해 버립니다. 황당함에 기가 막힌 다니엘과 나... (그래요. 저도 막혔어요.ㅋㅋ) 이때부터 배려없는 복잡한 절차와 복창이 터질 것 같이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 부실한 관료주의 성벽에 맞선 그의 힘든 여정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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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거라 말하는 다니엘...

감독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되려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고 인간을 배제하는 현실의 폐단을 꼬집고 있습니다. 완전 리얼 생활 공포영화가 따로 없어요.

자신이 처한 현실앞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정의로우며, 해야되는 말은 사이다처럼 할 줄 알고, 부끄럽지 않은 따뜻한 인생을 살았던 우리의 이웃 다니엘은 과연 로봇처럼 메뉴얼만 읊어대는 차가운 관공서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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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책표지 디자인을 검색하다가 정이현 작가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란 책을 본적이 있습니다. 책 내용은 몰라도 제목이 확 와닿아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대인로봇들의 시대가 오면 정확하게 시대를 수식할 문구가 되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했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비참한 상황으로 떠밀려가는 인간들에게, 인간미는 1도 없이 친절한 척만 하는 '상냥한 폭력의 시대'가 도래할 거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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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종국엔 죽음을 맞이 합니다. 중년의 나이를 지나고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할때면 보이지 않던 노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들의 자리에 자신을 투영해 보게 되지요. 지금은 풍요로워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건강을 자신하고 있다고 해도,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혼자가 되고 빈털털이가 되고 병으로 누워 죽을날만 기다릴 수도 있는게 우리의 인생인데... 그때 우리를 건사해 주고 보호해줄 곳은 어디일까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국가일까요? 과연 그럴까요? 국가는 우리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 주는 존재일까요? 국가는 그때 우리를 그저 정부 보상금이나 갉아먹는 버러지 취급을 하지는 않을까요?

우리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공감대가 섰다는 의미일 겁니다. 저는 이미 2005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일본의 소외된 아이들의 비극을 영화로 목격했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영화였는데 이번 '나,다니엘 브레이크'도 저 멀리 영국의 소외된 계층과 노인들의 삶을 지켜 보며 동일한 슬픔과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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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계층이 없다면 그야말로 유토피아겠지요. 하지만 인류의 진화와 발전은 곧 유토피아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인간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인간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고 할때, 부디 인간의 심장도 딥러닝하여 로봇인듯 로봇아닌 로봇같은 너로 만들어 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 그럼 부작용이 터미네이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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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어려운 법입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인간애' 라는건 도덕시간에 졸았어도 다 알고 있잖아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간으로서 상실해서는 안될 것들은 서로 잘 보존하며 더불어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는 제가 언급한 것 외에도 우리에게 보여주는게 아직 많아요. 이 리뷰만 보고 영화 다봤다 생각치 마시고 꼭 감상해 보시고 깊은 울림에 동참하셨으면 합니다.

장담컨데 여러분이라도 칸에서 황금종려상에 한표 던졌을 영화일꺼라 확신합니다. 무려 칸에서 15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하니 여러분은 얼마나 박수를 쳐줄지 시간도 함 재보시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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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다른 영화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1936년 생이시라고 하는데 엄청난 노익장이십니다! 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하신다고 하네요.

배우들은 기성배우들은 아니지만 소외되지 말라고 올리며 마칠까 합니다.
2019-06-25 화요일 오후 5-44-4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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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100%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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