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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당연하듯 배경처럼 존재했던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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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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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agoBusy3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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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피보다 진한 세월의 연대
 당연하듯 배경처럼 존재했던 이들을 위하여
 흑백의 농도 깊은 여운

★★★★☆


오늘은 낮에 시간이 좀 남아서 넷플릭스 영화의 안목과 품격을 높여 주었다 평가받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감상했습니다. '가버나움' 같은 영화일 것 같아서 한참 뒤로 미뤄왔었는데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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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The Meyerowitz Stories' 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최초로 초청되었다가 프랑스 극장협회의 거센 반발로 한바탕 소동이 있었는데 이후 넷플릭스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 영화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심사 규정을 변경한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법상 극장 상영 후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프랑스 영화계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을 배척한다며 넷플릭스측에서도 칸에 보이콧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지요.

이런 넷플릭스가 금년, 보란듯이 '로마'라는 대작의 제작과 배급을 맡으며 칸의 경쟁상대인 베니스 영화제 최고 '황금사자상'과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감독상등을 수상했습니다. 아마 칸에서 앞의 이런 소동이 없었다면 금년 수상작들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을지 모르지요. 보수적인 칸과 진보적인 넷플릭스의 대립은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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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는 '그래비티'와 '칠드런 오브 맨' 그리고 '위대한 유산'을 감독한 멕시코 출신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2018년 작품입니다. 광활하고 웅장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준 그가 이번엔 자신의 유년 시절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라는 동네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상받은 영화라 각오는 했지만 감독이 들려주는 자장가에 몇차례 의식을 잃고 숙면을 취한 끝에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겨우 엔딩을 보게 되었네요. (식사 후 바로 보시는 건 비추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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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감독의 어린시절 가족처럼 함께 생활했던 가정부이자 보모였던 '리보'에게 바치는 그의 자전적 영화입니다. 극중에서는 '클레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감독의 주특기인 롱테이크의 기~~인 호흡으로 영화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롱테이크는 마치 도미노처럼 중간에 삐끗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해야하는 난이도 있는 촬영방식인데 감독은 병적으로 집착하며 영화 대부분을 긴 파노라마로 담담히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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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적인 화면에 익숙치 못한 관객을 스스르 잠들게 하는 치명적 약점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선호하는 관객들과 평론가들에게는 환영받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흑백이에요. (이쯤되면 포기하시는 분 대거 등장할 듯) 기억의 저편 포커스를 세밀하게 맞춘 그 과거의 시공간을 절제된 칼라와 제거된 BGM으로 극 사실주의를 표방했고 일상의 생생한 소음에 무게를 두어 요즘 유행하는 ASMR급 사운드로 우리 귓가에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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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오시나요?ㅎㅎ

영화 초반은 별다른 사건없이 너무나도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특히 오프닝 시컨스의 지루하리만큼 (빨리 돌리기를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바닥의 타일을 비추며 마치 잔잔한 파도를 연상시키는 청소 장면은 영화 후반 실제 바다에서 크나큰 파도로 돌변해 주인공에게 몰아 닥치듯 우리에게 뜻모를 울림과 여운을 남깁니다. 사람으로 치면 조용한데 알고보니 진중하고 진국인 그런 영화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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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의 가정부로서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과 그녀가 겪은 상실, 무책임한 남편을 떠나 보내고 홀로 네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여성의 시련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가는 연대와 진한 가족애가 가슴 뭉클하게 흘러갑니다. 그 외에도 롱테이크의 공간을 채우는 미장센과 삶과 죽음에 대한 응시등을 통해 또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하죠.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향한 터치는 늘 눈물을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흘린 눈물은 아마도 시대의 아픔과 가난과 신분이 만들어낸 비극 속에서도 성실하고 순수하고 듬직하고 따뜻했던 아메리칸 인디언 '클레오'와 그를 통해 연상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의 눈물이 아니었나 싶네요. (하품도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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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족 혹은 이웃들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늘진 클레오 같은 존재를 기억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당연하듯 배경처럼 조용히 존재했던 고마운 영혼들... 혹시라도 그들이 떠오른다면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 한마디 전해봄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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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87%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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