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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용의자 : 긴장감 없는 추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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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fi
74
23 days agoBusy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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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연극이 길을 잃고 영화속으로
 졸고있는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극이라고 쓰고 역사극이라고 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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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연극배우가 처음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도전하면서 연기방식이 너무 달라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와 연극에서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톤 차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적으로 잘 알고 있지요. 자연스럽고 리얼함이 강조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온몸으로 과장되고 큰 성량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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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월 개봉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는 영화이긴 하지만 연극의 성향이 강합니다. 연극 세트장처럼 다방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지며 배우들도 약간의 연극톤으로 연기들을 하지요. 이게 감독의 의도인지 배우들의 역량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이런 연기들이 아주 어색하다는 점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무명 배우들의 오버하고 어색한 연기가 몰입을 흐리면서 도미노식으로 주연 배우들까지 싸그리 어색하다고 느껴지는데 이는 감독의 엄청난 연출의 실패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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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서 한편의 연극같다고 느껴지는 시도는 기존에도 많이 있어 왔는데 적어도 영화라는 매체에서는 공간의 협소함을 연기자의 세밀하고 밀도있는 연기로 극복하고 집중시키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이 영화는 연기면 연기, 연출이면 연출 다 부족하고 서툴러 보입니다. 영화에서 드라마도 연극톤도 아닌 어중간한 연기를 보고 있는건 무척이나 힘든 고역임을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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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메인 배경인 다방 이름도 '오리엔타르 다방'이고 이야기 구조도 비슷하게 진행되지요. 이렇게 '미스터리 심리 추적극'이라는 카피를 내세워 홍보하지만 제겐 범인에 대한 궁금함이나 긴장감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극초반은 너무나도 지루하고 집중력도 흐려져서 세번이나 자다가 깼어요. 중간에 세수한번 하고 올까도 생각했던... (사실 영화 '오리엔탈 특급 살인'도 전반적으로 지루하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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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스터부터 뭔가 재미없을 것 같은 아우라가 있긴 했는데 평점이 높아서 도전해 본거였거든요. (전율, 생각지도 못한 반전, 폭발적인 연기, 강추... 이런 평들은 다 알바였을까?) 어쩌면 저만 그렇게 느꼈을 수 있으니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ㅎㅎ (the movie db 평점이 90%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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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6.25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1953년, 어느날 남산에서 시인 백두환이 살해되고 이 사실이 예술,문화인들이 자주 모이는 오리엔타르 다방에 퍼지면서 누가 그를 죽였는지 사건수사관 김기채(김상중)가 등장하며 추리를 시작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역사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좋았던 점은 당시 빨갱이로 마녀사냥했던 반공 시대의 암울함과 지금까지 되풀이되는 친일 기득 세력들의 현실과 위선을 꼬집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도 이젠 좀 식상하긴 하죠. (좋았다면서 또 까는...) 그냥 적어도 이런 주제의식을 담은 영화가 좀 더 재밌고 알차고 흥미로워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흥행에도 성공하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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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예전 안중근 의사의 친일파 아들 안중생의 변이 생각나 옮겨봅니다. 이 글을 읽고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씁쓸하고 아픈 마음에 한참동안 마음이 안 좋던... 국가가 보호하지 못한 독립운동가의 가족 그리고 친일파가 득세하는 나라...

호부견자(虎父犬子)라더군요. 호랑이 아비에 개 같은 자식. 하하... 그럼 나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그 자리에서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고 잡혀 죽었어야 했나요? 영웅 아버지 처럼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사실 아버지는 재판도 받고 가시는날까지 시끌벅적 하기라도했지만, 나는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개죽음 아니었을까요? 내 형은 7살 나이에 자기가 왜 당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독을 먹고 죽어버렸죠. 나도 그렇게 죽으란 말입니까? 아무도 기억 못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죽음을? 왜? 내가 안중근의 아들이어서?

왜 나는 안준생으로 살 수 없었죠? 왜 나는 내 삶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이런 운명에 던져져야 했죠? 아버지는... 아버지는 자신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죽은 거잖아요. 그런데 왜 나는 내 선택이 아닌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이런 삶을 살아야 합니까? 왜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통째로 망가져야 합니까?

나라를 팔고 아비를 판 더러운 자식... 친일파... 변절자...
뭐라 욕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괴로워할 때 아무도 내게 손 내밀지 않았잖아요. 나를 욕할 자격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요. 그렇게 버려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권리로...

내 아들은 의사입니다. 미국에서 제법 성공했고, 주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죠. 내가 사람들의 경멸을 받으며 모은 돈으로 가족을 부양한 덕분에, 내 자식들은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겁니다. 우습지 않나요? 영웅의 아들은 개 같은 삶을 살고, 그 변절자의 자식은 다시 성공하고. 아버지는 나라의 영웅이었지만 가족에겐 재앙이었죠.
나는 나라의 재앙이지만 내 가족에겐 영웅입니다.

- 소설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中-

2019-11-15 금요일 오후 10-23-3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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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70%
★★★☆☆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605767
* Critic: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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