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교단일기] '학종'이라는 꼬리로 '교육'의 몸통을 흔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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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줄여서 ‘학종’이라고 부릅니다. 고등학교에서 쌓은 이력을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죠. 동아리, 독서, 각종 대회 수상경력 등 학생부에 기재된 교내 스펙과 구술 면접을 통해 아이들을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찬성측은 학종이 과정 중심의 평가인 만큼 황폐화된 교육현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 추켜세우는 반면, 반대측은 고교생활 동안 스펙을 관리할 수 있는 ‘금수저’들을 위한 전형일 뿐이라 폄하합니다.

전자는 동아리 활성화, 독서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한 인성 교육 강화 등의 효과를 내세우는 반면, 후자는 ‘판박이 학생부’, 이른바 ‘빽’을 동원한 ‘낙하산 동아리활동’, 대입에 도움되는 활동에만 아이들이 몰리는 ‘생기부스터’, 교내대회를 통한 새로운 줄세우기, 논술과 다를 바 없는 구술면접 등의 부작용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제 입장은? ‘찬성이지만 비관적’입니다. 과정중심 평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행 교육시스템으로는 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학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강의를 학생 스스로 선택하고, 다양한 동아리를 자율적으로 모집, 운영하며, 다양한 교양 활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교사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과 활동을 세심히 관찰하고 조력하면서 저마다의 성장과정을 평가,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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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DigitalTimes

그런데 한 학년에 수백 명, 한 학급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학년과 학급의 칸막이에 갇혀 있고, 교사 한 분이 그 아이들의 이력을 기계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으며, 여전히 획일적인 교육 콘텐츠를 강요받는 현실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학종의 부작용은 부작용이 아니라 현행 시스템이 낳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고교는 평준화되어 있으나 대학은 자율화되어 있는 이중구조도 빼놓을 수 없죠. 고등학교를 다양한 성격의 작은 학교들로 쪼개 교사-학생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교육체계를 강의선택제를 기본으로 하는 코스시스템으로 전환하며,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없애는 대신 자질을 상향 평준화하여, 교육과정을 교사/학생 중심으로 자율화하는 등의 혁명적 변화를 동반하지 않은 ‘학종’은 ‘금수저들을 위한 전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작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고교학점제 추진’이 포함되자 전교조와 교총이 한 목소리로 비난 성명을 낸 것은 얼마간 예상한 일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전교조가 ‘진로 맞춤형 고교학점제’를 ‘신자유주의와 편협한 경제주의적 발상’이라 매도한 데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교조의 관점에 따르면, ‘인문학 중점(=진로 맞춤형) 독립학교’로서 7년전 개교 당시부터 강의선택제(=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저희 학교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셈입니다. ㅠㅠ

관련기사: 전교조 "고교학점제 혼선 우려···전면 재고해야"

대입제도를 바꿔 교육현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건 꼬리로 몸통을 흔들겠다는 발상입니다. 그러한 발상이 수십 년 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정확히는 발상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앞의 예처럼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교육계 내의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안타깝게도 당분간, 아니 꽤나 오랫동안, 교육 개혁은 표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 시스템에 대한 섣부른 개혁 시도는 정권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폭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더라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적폐청산의 시대. 누구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말하는 요즘입니다. 우리는 과연 교육이라는 몸통의 '뼈'를 바꾸고 수십 년 간 안주했던 '태'에서 벗어나는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까요?

‘헤르메스의 교단일기’는 조그만 독립학교에서 아이들과 속닥속닥 알콩달콩 생활하면서 얻는 깨달음, 크고 작은 즐거움들이 갈무리되어 있는 1000~2000자 내외의 글들로 여러분과 만나는 곳입니다. 그러한 만남 속에서 입시, 학교생활, 진로준비, 자녀양육과 관련된 고민을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글들 중에서 저희 제자들이나 학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은 저희 학교의 블로그에도 게재되니 이 점은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헤르메스의 작은 생각”은 여기까지입니다. 보팅, 댓글, 리스팀, 팔로우, 뭐든 여러분의 반응은 헤르메스의 날갯짓을 더 힘차게 만듭니다. 하지만 뉴비인 지금의 헤르메스는 리스팀이 더 간절하답니다. 헤르메스의 보람은 더 많은 사람들과의 나눔이니까요. 글이 좋으셨으면 RESTEEM! 부탁드릴게요. 오늘도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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